[시승기] 볼보 ES90 "S 클래스 떠올린 승차감, 전기차 중에서도 놀라운 정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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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S90은 이름만 보면 기존 'S90'의 전기차 버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차량을 마주하면 전형적인 대형 세단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이고 다시 브레이크를 밟아 감속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456마력의 강력한 성능보다 고요함과 안정감이다. 볼보의 새로운 순수 전기 플래그십 'ES90'은 2.5톤이 넘는 차체를 빠르게 움직이는 것보다 그 무게를 운전자와 승객이 의식하지 않도록 다루는 방식에서 더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국도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시승에서는 불규칙한 노면을 지날 때 보여준 승차감과 정숙성이 예상보다 돋보였다. 부드럽지만 차체가 필요 이상으로 출렁이지 않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해도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나 회생제동이 승객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 순간적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의 승차감을 떠올릴 만큼 플래그십 세단이 갖춰야 할 편안함에 상당한 비중을 둔 세팅이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ES90 Twin Motor AWD Ultra 버전으로 106kWh 배터리와 듀얼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해 최고출력 456마력, 최대토크 68.4kg·m를 발휘하고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5.4초, 공차중량은 2545kg에 이르렀다.
이번 시승한 차량은 ES90 Twin Motor AWD Ultra 버전으로 106kWh 배터리와 듀얼모터 사륜구동 시스템을 탑재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세단과 SUV 사이, EX90을 낮춰놓은 듯한 비율
ES90은 이름만 보면 기존 'S90'의 전기차 버전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차량을 마주하면 전형적인 대형 세단과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전장 5000mm, 전폭 1940mm, 전고 1545mm에 휠베이스 3102mm로 분명 플래그십 세단의 체격이지만 차체가 일반적인 세단보다 높고 뒤쪽은 패스트백 형태로 부드럽게 떨어진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차를 보고 운전하면서 받은 인상은 앞서 시승했던 'EX90'을 세단에 가깝게 낮춰놓은 듯한 느낌이다.
볼보 역시 ES90을 세단의 우아함과 패스트백의 유연성, SUV의 공간 활용성을 결합한 모델로 설명하고 있는데 실제 차체 비율에서도 이런 성격이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다만 이런 높은 차체는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승하차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세단보다 바닥이 조금 높게 느껴져 타고 내리는 동작이 아주 자연스럽지는 않다.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차체가 반대로 전통적인 세단에서 기대하는 낮고 편안한 승하차에서는 약간의 타협을 요구하는 셈이다.
ES90 실내에서는 최근 볼보 전기차가 보여주는 미니멀한 구성이 그대로 이어진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3.1m 휠베이스가 만든 넉넉한 2열, 머리 공간은 아쉬워
실내에서는 최근 볼보 전기차가 보여주는 미니멀한 구성이 그대로 이어진다. 중앙의 대형 세로형 디스플레이에 차량 기능 대부분을 통합하고 대시보드에는 장식적인 요소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
특히 3102mm에 달하는 휠베이스의 효과는 2열에서 확실하게 느껴진다. 무릎 앞 공간은 상당히 여유롭고 대형 플래그십으로서 부족함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 머리 위 공간은 기대만큼 넉넉하지 않았다. 외관에서 패스트백처럼 뒤로 떨어지는 루프라인과 실내 개방감을 높이기 위한 글라스 루프가 조합되면서 무릎 공간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여유가 머리 위까지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ES90의 2열은 레그룸에서는 플래그십다운 장점을 분명하게 보여주지만 헤드룸에서는 차체 디자인에 따른 약간의 타협이 느껴졌다.
이 밖에 울트라 트림에는 25개 스피커와 총 1610W 출력을 갖춘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하고 일렉트로크로믹 글라스 루프 등도 갖춰 공간의 물리적인 크기뿐 아니라 탑승자가 느끼는 분위기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분위기다.
도로에 나서면 456마력과 68.4kg·m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ES90의 가속은 차분하다(볼보)
#456마력보다 고요하고 안정적인 가속이 먼저
본격적으로 도로에 나서면 456마력과 68.4kg·m라는 숫자가 무색할 만큼 ES90의 가속은 차분하다. 물론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2.5톤이 넘는 차체를 빠르게 밀어내기에 출력과 토크는 충분하다. 시승 과정에서 차체 크기나 중량 때문에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 차에서 더 인상적인 것은 절대적인 가속력보다 힘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정차 상태에서 출발할 때 전기모터의 최대토크를 과격하게 쏟아내기보다 차체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움직이고,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도 탑승자의 몸을 갑작스럽게 뒤로 밀어내는 반응을 억제한다.
재가속에서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순간에는 충분한 힘이 즉각적으로 나오지만 그것을 운전자에게 과시하려는 느낌이 강하지 않다. 대배기량 대형 세단이 큰 힘을 여유롭게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감각을 전기모터로 구현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특히 정차와 재출발이 반복되는 구간에서도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 때문에 승객의 몸이 앞뒤로 움직이는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빠른 전기차라기보다 편안하게 빠른 플래그십이라는 성격이 분명하다.
ES90 주행에서 가속보다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감속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브레이크와 회생제동 사이 경계가 느껴지지 않아
가속보다 오히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감속이다. 전기차는 가속 성능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회생제동과 물리 브레이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가 완성도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감속 중 회생제동량이 달라지면서 페달 반응이 일정하지 않거나 마지막 정차 과정에서 차체가 울컥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런데 ES90에서는 이런 이질감을 거의 느끼기 어려웠다. 이날 국도를 주행하면서 앞차를 따라 속도를 줄이고 다시 가속하는 상황이 반복됐지만 회생제동에서 물리 브레이크로 넘어가는 순간을 운전자가 굳이 의식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또 회생제동은 운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설정할 수 있고 주변 교통 상황을 반영하는 오토 기능도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앞차와의 간격에 따라 필요한 감속을 조절하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도 운전자가 계속 개입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 않았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ES90의 승차감이다(볼보)
#불규칙한 국도에서 S 클래스를 떠올린 승차감
이번 시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승차감이다. 국도는 고속도로와 달리 포장 상태가 일정하지 않고 노면 이음새와 크고 작은 요철이 계속 이어진다. 이런 환경에서 ES90은 충격을 무조건 부드럽게 지워버리는 방식보다는 첫 충격을 충분히 걸러낸 뒤 무거운 차체를 빠르게 안정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떠오른 차가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였다. 물론 두 차량의 파워트레인과 섀시 구조가 완전히 다른 만큼 직접적인 우열을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불규칙한 도로에서도 탑승자의 몸을 편안하게 유지하면서 차체 움직임은 느슨하게 풀어놓지 않는 방식에서는 비슷한 지향점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날의 시승에서 ES90의 정숙성은 일반적인 전기차보다 한 단계 더 정제됐다는 느낌이 강했다. 국도를 달리면서 속도를 높여도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이 상당히 낮게 억제됐고 가속과 감속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실내의 고요함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참고로 볼보가 제시한 실내 소음 수준은 앞좌석 약 68dB, 뒷좌석 70dB 미만인데 숫자를 떠나 실제 체감에서도 정숙성은 ES90의 분명한 장점으로 전달됐다.
특히 승차감과 정숙성이 따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성격으로 연결된다는 점이 좋다. 충격을 부드럽게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까지 함께 억제하면서 플래그십 전기차가 요구하는 편안함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번 시승에서 계기판을 확인했을 때 ES90의 평균 소비전력은 약 6.4km/kWh 수준을 기록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41.8km 국도 시승에서 환산 전비 약 6.4km/kWh
이번 시승에서 계기판을 확인했을 때 주행 기록은 41.8km, 1시간 10분이었고 평균 소비전력은 15.6kWh/100km를 나타냈다.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으로 환산하면 약 6.4km/kWh 수준이다.
시승 구간이 길지 않고 교통상황과 주행방식, 외부 온도에 따라 전비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숫자를 ES90의 일반적인 실전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106kWh 배터리를 탑재한 2.5톤 이상의 대형 AWD 전기차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국도 중심 시승에서 확인한 효율은 기대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여기에 해당 모델의 경우 국내 인증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상온 복합 520km, 도심 548km, 고속도로 486km다. 저온에서도 복합 469km를 확보했다. 최대 350kW 급속충전 환경에서는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 걸리는 800V 시스템도 적용됐다.
ES90은 EX90의 전동화 기술과 주행 감각을 가져와 차체를 낮추고 세단과 패스트백의 성격을 더한 자동차라는 인상이 강하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빠른 전기차보다 편안한 플래그십에 가까워
결국 볼보 ES90을 직접 주행하고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 차를 단순히 S90의 전기차 버전으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앞서 경험했던 EX90의 전동화 기술과 주행 감각을 가져와 차체를 낮추고 세단과 패스트백의 성격을 더한 자동차라는 인상이 강하다.
456마력과 68.4kg·m의 힘은 2.5톤이 넘는 차체를 움직이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필요 이상으로 성능을 과시하지 않는다. 가속과 감속은 대배기량 플래그십 세단처럼 고요하고 안정적이고, 브레이크와 회생제동의 연결에서는 이질감을 좀처럼 찾기 어렵다.
여기에 S 클래스를 연상시킬 만큼 부드럽지만 물렁하지 않은 승차감, 일반적인 전기차와 비교해도 돋보이는 정숙성, 그리고 5m가 넘는 차체를 예상보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조향 반응까지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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