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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왼쪽)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지 전수조사 추진방향 당정협의에 참석해 있다. 당정은 이날 농지은행 위탁을 핵심으로 한 후속 대책을 내놓았지만 농촌 현장의 불안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병주 기자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의 후속대책으로 ‘농지은행 위탁’이라는 퇴로를 열었다. 하지만 농촌 현장의 불안은 여전하다. 관행적 임대차를 어디까지 구제할지, 임차농 보호와 농지시장 충격을 어떻게 막을지 등 핵심 기준이 아직 마련되지 않아서다. 정부가 후속조치를 내놓은 이후에도 쟁。이 해소되지 않으며 농지조사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는 농지 전수조사에서 무단 휴경이나 불법 임대차가 확인되더라도 투기가 아닌 경우 직접 경작하거나 합법적인 임대차로 전환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 자진 정비가 어려우면 농지은행에 임대나 관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처분 의무를 유예한다.
핵심 쟁.은 현행법상 허용되지 않는 임대차 가운데 ‘어느 범위까지’ 구제하느냐다. 정부는 임대차 허용 사유와 농지은행 위탁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특별조치법 제정 과정에서 정하기로 했다. 고령이나 상속 등으로 방치된 농지의 관리권을 농지은행에 맡기는 방안 역시 구체적인 대상, 계약 기간, 관리비용 부담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다.
농민 입장에서는 자신의 농지가 처분 대상인지조차 판단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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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진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어떤 경우를 경미한 위반으로 볼지, 농지은행 위탁을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차농이 경작지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관행적으로 농지를 빌려주던 소유자가 불법 임대차로 적발될 것을 우려해 “직접 농사짓겠다”며 농지를 회수한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 실장은 “그동안 개인 간 임대차로 농사짓던 땅을 소유자가 회수하면서 임차농이 경작지를 잃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종전 임차인이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기존 임대차 관계를 유지한 채 농지은행을 통한 공식 계약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다만 계약서 없이 이뤄진 기존 임대차 관계를 어떻게 입증할지, 새로 도입되는 관리권 위탁에도 같은 보호장치를 적용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농지가격 하락 가능성도 현장의 불안을 키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농가 인구는 2020년 231만4000명에서 2024년 200만4000명으로 감소했다. 농지를 살 수요가 이미 약해진 상황에서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과 이용에 대한 부담까지 커지면 거래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게 농민들의 우려다.
대규모 처분 농지가 시장에 한꺼번에 풀릴 가능성도 변수다. 농민들은 가격 급락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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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위원은 “심층조사 대상 농지의 1%만 처분명령을 받아도 전체 농지 거래의 약 40%에 이를 수 있다”며 “안 그래도 농지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이라 시차를 두고 물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농지는 농민에게 생산수단인 동시에 노후자산이기도 하다. 농지가격이 떨어지면 기존 농지담보대출의 중도상환 부담과 신규 대출 여력 축소는 물론, 대출을 취급한 회원조합 등 제2금융권의 부실채권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 실장은 “농업인 가운데 다른 재테크를 하거나 노후 준비를 충분히 한 분들이 많지 않은데, 농지가격이 떨어지면 자산으로서의 가치도 줄어든다”며 “기존 대출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신규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지은행의 매입 여력을 둘러싼 의문도 남는다. 처분 희망 농지가 대규모로 발생하면 농지은행이 이를 제때 사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농지지원사업 예산을 올해 1조8077억원에서 내년 2조2617억원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제 처분 대상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이 예산이 충분한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전수조사의 필요성에 대해선 동의하는 의견이 적잖다. 하지만 정부가 조사 목적과 후속 계획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농민 불안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승수 변호사는 “농지 현황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면 관련 정책을 펴기 어렵고 경지면적 감소에 따른 식량안보 문제에도 대응하기 어렵다”면서도 “처음부터 조사 목적과 향후 농지 관리의 밑그림을 분명히 했다면 오해와 반발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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