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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완율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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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규제의 두 조건, 명확성과 합리성
2026년 1월 22일, 한국은 인공지능 기본법을 시행했다. 유럽연합에 이어 두 번째의 포괄적 인공지능 입법이며, 국가가 인공지능에 대한 규율의 의지를 법으로 천명했다는 .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는 그 순간부터 진짜 질문이 시작된다.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 수범자는 분명히 알 수 있는가.
인공지능 규제를 둘러싼 논쟁은 흔히 '강한 규제냐, 약한 규제냐'의 대립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절실한 기준은 강도가 아니라 명확성이다. 규제가 아무리 약해도 경계가 모호하면, 기업은 무엇이 합법인지 알 수 없어 보수적으로 움츠러든다. 반대로 규제가 제법 강하더라도 경계가 분명하면, 그 선 안에서 안심하고 움직일 수 있다. 불명확성은 그 자체로 비용이며, 때로는 강한 규제보다 더 큰 비용이다.
명확성은 법치주의의 근본 요청이다. 수범자가 자신의 행위가 적법한지 미리 알 수 없는 규범은 법의 외관을 쓴 불확실성이다. 모호한 규범은 그 모호함만큼 집행자의 손에 재량을 쥐여 주고, 수범자는 규칙이 아니라 집행자의 기분을 살피게 된다.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사람의 지배에 가깝다. 명확성은 자유의 조건인 동시에 공정한 집행의 조건이다.
어떤 서비스가 불법 인공지능이라는 낙인을 얻는 순간, 그 사업은 과태료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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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본법이 고영향 인공지능에 투명성과 안전성의 의무를 부과하고 계도 기간을 둔 것은 합리적인 출발이다. 그러나 의무의 윤곽이 법령과 지침에서 선명해지지 않으면 그 선의는 현장의 혼란으로 바뀐다. 규제의 완성은 조문의 선포가 아니라 경계의 명료화에 있다.
명확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법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아무리 또렷한 규범도 적용 범위가 필요를 넘어서면 조준을 잃는다. 당장 고영향 인공지능의 정의부터 그렇다. 정의가 지나치게 넓으면 위험과 무관한 서비스까지 의무의 그물에 걸리고, 정작 집중해야 할 위험에는 감독 역량이 분산된다. 적용 범위는 하위 법령의 해석에 맡길 일이 아니라 법률 단계에서 정밀하게 그어, 비합리적 적용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그렇게 확보된 합리성만큼 법의 실효성도 높아진다. 수범자가 납득하는 법이라야 지켜지는 법이다.
명확성은 양쪽으로 작동해야 한다. 편익이 큰 활용은 명확하게 허용하고, 위험이 큰 활용은 명확하게 규제해야 한다. 예컨대 국가가 인공지능으로 시민의 얼굴을 실시간 식별하고 추적하는 활용은, 그 편익이 무엇이든 명확한 규제의 영역에 두어야 한다. 사회를 좀먹는 것은 허용과 금지 사이의 넓은 회색지대, 될지 안 될지 아무도 모르는 영역이다. 법의 과제는 회색지대를 양 끝에서 좁혀 들어가 두 경계를 모두 또렷하게 못 박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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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반론은 규제가 혁신을 막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AI 혁신을 죽이는 것은 강한 규제가 아니라 불명확한 규제다. 무엇이 합법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누가 과감히 투자하고 실험하겠는가. 예측 가능성이 보장될 때 자본과 인재는 비로소 AI 혁신으로 흘러든다. 명확성은 규제와 혁신을 가르는 벽이 아니라 둘을 잇는 다리다.
명확하다는 것이 경직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원칙은 합리적 틀 속에서 또렷이 세우되, 세부 기준은 시행령과 규범력 있는 지침으로 두어 환경 변화에 맞춰 다듬어 가면 된다. 정기적 재검토와 한시적 실험의 장치를 함께 두면 명확성과 유연성은 충돌하지 않는다.
법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인공지능 규제의 기준을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금지하며, 누가 책임지는가'에 대한 세밀한 해답으로 다시 세워야 한다. 적용 범위는 법률에서 합리적으로 좁혀 긋고, 시행령과 구속력 있는 지침의 구체성을 높여 수범자가 자신의 행위를 예측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모든 규제가 반드시 약할 필요는 없다. 다만 명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명확성과 합리성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엇이 허용되는지 미리 알 수 있고 그 요구가 납득할 만한 것일 때, 사람은 자유롭게 계획하고 도전할 수 있다.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범은 결국 사람을 향한다. 강한 규제보다 나쁜 것은 불명확한 규제다. 새로운 규율이 필요한 AI 시대에 법이 갖추어야 할 첫 번째 덕목은 강함이 아니라, 합리성 위에 선 또렷함이다.
최경진 교수(가천대 법대)·한국인공지능법학회장
고, 시행령과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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