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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석훈 작가가 수묵으로 작업한 ‘한라영곡’이 제주도립미술관 1층 전시장에서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한라산의 장엄함이 잘 느껴지는 그림은 제주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 남긴 글귀를 한데 모아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박동미 기자
제주비엔날레가 10주년을 맞아 존재 이유를 제대로 증명했다. ‘섬’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는 이 미술 축제는 여느 때보다 ‘제주’다웠다. 즉, 더욱 ‘섬’ 되기를 택했고, 그래서 바람과 돌, 사람까지 ‘예술’이 됐다. 지난 23일 20개국 69명(팀)이 참여한 제5회 제주비엔날레 현장을 예술감독을 맡은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과 함께 둘러봤다. 올가을, 그 섬에 가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 주제는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 변용의 기술’. 제주 말로 ‘섞고 모았더니 흥이 난다’는 뜻인데, 정말로 그랬다.
제주 하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유배지의 서글픈 정서가 있다. 제주비엔날레도 이 강력한 이미지에서 출발한다. ‘추사의 견지에서 : 유배’라는 제목을 내건 제주도립미술관은 초입부터 세한도(영인본)를 펼친다. 서늘한 마음이 들지만, 7m 높이의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운 한라산을 보면 기분이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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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석훈이 수묵으로 표현한 ‘한라영곡’이다. 장엄한 그림 앞에서 경외감도 든다. 시대를 달리해 한라산을 찾았던 이들의 글을 한데 모은 작업이라 더욱 특별하다. 이 관장은 “‘유배’라는 주제를 통해 이들이 다다른 ‘경지’가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고 했다. 유배를 단절과 추방에 국한시키지 않고, 낯선 장소에 놓인 인간이 자신의 근원을 발견하는 계기로 확장한 것. 이 관장은 “제주라는 풍토 혹은 섬이라는 환경을 생존 과정에서 변용의 미학이 태동하는 터전으로 바라봤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제주에서 주로 작업해 온 강요배를 비롯해 이우환, 윤형근, 서세옥, 이응노, 이강소, 이건용, 차학경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룬 작가들도 소개한다. 역경 속에서도 예술과 학문을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다듬어낸 추사처럼 이들 역시 동양과 서양, 구상과 추상, 기법과 표현의 경계를 오가며 관계와 수행의 장을 형성했다. 미술관 외부 거울 연못에 세워진 9m 높이의 키네틱 아트 ‘제주 라바’(Jeju Lava)도 인상적이다. 프랑스 작가 피에르 파브르가 화산섬 제주가 탄생하는 모습을 표현했다. 1000여 개 붉은 리본들이 거대한 구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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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을 완성하는 건 제주의 바람. ‘사각사각’ 리본 나부끼는 소리가 아득한 태고의 기억으로 이끈다.
이번 비엔날레의 미덕은 철저히 ‘제주가 주는 감흥’에 초。을 뒀다는 .이다.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는 제주의 돌, 그러니까 생명의 근원인 ‘땅’에 집중한다. ‘검으나 돌은 구르고 굴러 : 돌문화’를 주제로, 노진아 작가의 인공지능 기반 작품인 ‘진화적 키메라-가이아’, 룸톤의 가상현실(VR) 영상 ‘에코스피어’ 등을 선보인다. 인간과 기계, 과거와 미래가 뒤섞이며 돌과 화석이 품은 오래 시간이 눈앞에 펼쳐진다.
관광객의 발길이 좀처럼 닿지 않는 제주 원도심도 흥미로운 전시장이 됐다. 제주 최초의 현대식 호텔인 옛 명승호텔(갤러리레미콘), 곧 철거 예정인 아카데미 극장(제주아트플랫폼), 조선시대 관청 이아의 터(예술공간 이아)는 제주 신화와 굿, 그리고 사람을 내세운다. 김상돈 작가가 탐라국 건국신화를 ‘거울 속 열쇠들’로 풀어냈고, 자나 카디로바는 ‘제주 할망’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모아 텅 빈 객석을 가득 채웠다. 한때 존폐 위기에 몰렸던 제주비엔날레가 ‘작지만 단단한’ 예술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동력을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미술관 입장료는 8000원, 나머지는 모두 무료다. 11월 15일까지.
을 예술감독을 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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