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2015 기아 K9 5.0 퀀텀 시승기 |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K9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승했다. 5.0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내외장을 일신해 상품성을 높인 것이 포인트다. 무엇보다 세계에서 몇 안되는 5리터 모델로 등극했다는 점이 페이스리프트의 핵이다. 데뷔 당시부터 다양한 신기술을 채용해 에쿠스를 증가하는 상품성으로 주목을 끌었었다. 기아 K9 5.0 가솔린 사양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국장)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에 드디어 5.0리터 엔진이 올라갔다. 휠 베이스가 3미터, 전장이 5미터가 넘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 모델에 데뷔 당시 그룹 내 최대 배기량 엔진이 탑재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K9은 현대기아그룹의 뒷바퀴 굴림방식 플랫폼 BH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에쿠스와 동급이다. 유럽시장 구분 기준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등과 같은 E2세그먼트에 속한다. 그런데 에쿠스에는 5리터와 3.8리터로 라인업을 구성하고 K9은 3.8리터와 3.3리터 했다. 소비자들은 그로 인해 K9이 에쿠스와 경쟁 모델이 아니라 제네시스급이라고 받아 들였다. K9은 데뷔 당시 현대기아차 그룹의 당시로서는 최첨단 장비들을 망라하고도 에쿠스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차가 아니라 제네시스보다 비싼 차라고 생각하게 됐다. 오피러스 후속 모델이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K9은 분명 에쿠스의 경쟁 모델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케 하는 내용이다.

이 등급의 차를 사용하는 `어른(?)들은 통상적인 마케터나 자칭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2004년형 쌍용 체어맨이 현대 에쿠스를 연간 판매대수에서 앞설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은 없었다. 이 분들의 심리는 적어도 내가 가장 큰 차, 혹은 가장 비싼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소유의 즐거움(자부심)`이 `달리는 즐거움(성능)`보다 크게 작용한다.

이 분들의 `보는 즐거움(디자인)`은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층과는 다른 의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인 자신의 판단이다. `내가 세상을 살아봐서 아는데 그런 저런 이야기 다 필요없어.`가 먼저 작용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분들의 노하우가 제대로 사회에 기여하면 정말로 조화로운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비짚고 들어갈 틈이 없다. 굳어 버린 사고방식을 어떤 논리로도 되돌릴 수 없다. 토론 불가다. 그것을 애국심(?)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경륜일 수도 있고 해탈의 경지일 수도 있다. 아니 그 이상의 복잡다단한 것들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다.

K9은 그런 유저들은 고려하는 라인업 전략으로 시작했어야 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그만 두지 않을 것이라면 경쟁 모델과 같은 선상에서 싸울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길게 봐야 한다는 얘기이다. 지금은 3.3리터와 3.8리터, 5.0리터까지 갖춘 한국산 대형 모델 중에서는 가장 다양한 트림을 갖추게 됐다. 그래도 에쿠스가 5개 트림인데 비해 K9의 트림이 6개밖에 되지 않는 것은 시장의 한계다.참고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90개가 넘는 트림을 갖고 있다.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다운사이징에 관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이미 대세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대 배기량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금 글로벌 플레이어들 중에서 5리터 엔진을 세단에 탑재하고 있는 것은 토요타와 재규어랜드로버 정도다. 토요타는 일본 내수용 모델인 센츄리에, 재규어는 XJ 클래스에 5.0리터 엔진이 있다. 독일 프리미엄 빅3는 메르세데스 벤츠가 4.7리터와 5.5리터, BMW가 4.4리터와 6.0리터, 아우디가 4.0리터와 5.2리터로 정리됐다.

BMW는 760Li에 6.0리터 엔진을, 메르세데스 벤츠는 S클래스 마이바흐 등에 6.0리터 엔진을, 아우디는 A8L에 6.3리터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미국 메이커 들은 크라이슬러 300SRT용 6.4리터, 포드 쉘비의 5.2리터, 쉐보레 콜벳 Z06의 6.2리터 엔진이 있다. 물론 미국 메이커들은 대형 픽업트럭과 SUV용도 있다.

아무리 다운사이징의 시대라고 해도 그들의 대표 모델에 최고 성능을 과시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정리 하자면 프리미엄 등 하이엔드를 제외하고 양산 브랜드로서 5.0리터 엔진을 갖추고 있는 것은 토요타와 현대기아 뿐이다.

현대기아는 연간 800만대가 넘는 판매대수에 걸맞는 엔진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은 다운사이징에서 한 걸음 늦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2.0리터 터보차저 엔진은 K5나 쏘나타가 아니라 상급 모델에 탑재되어야 한다. 5.0리터 엔진도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기존 엔진보다 성능을 올려야 한다. 그러면서 연비 성능도 잡아야 한다.

Exterior & Interior

2012년 5월에 데뷔해 2013년형에서 트림과 옵션을 단순화해 선택을 쉽게 했었다. 2014년형에서는 얼굴에 변화를 주고 고급성을 한층 높인 이어 모델을 내놓았다. 트림도 3.3에 두 개, 3.8에 세 개로 다시 줄였다. 그리고 다시 2015년형은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다른 모델과는 달리 포지셔닝을 위한 노력이 엿 보인다.

디테일의 변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스타일링 디자인은 생명력이 살아있다. 전체적인 라인과 면의 사용이 안정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얼굴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크롬 처리한 것이 포인트다. 측면에서는 반광 크롬 휠 캡을 적용한 것이 보인다. 뒤쪽에서는 컴비내이션 램프의 그래픽에 변화를 주어 와이드한 느낌을 강조했다. 트렁크 백 패널과 범퍼, 머플러의 그래픽에도 변화를 주었다.

실내에서는 고급감을 높이기 위한 변화가 주다. 플로어 콘솔과 도어 트림, 리어 암레스트, 스티어링 휠 등에 리얼 우드를 적용하고 시트 헤드레스트에 메모리폼 소재를 적용했다. 센터 콘솔박스를 양문형으로 바꾼 것도 보인다.

커넥티비티 시스템인 UVO를 위한 개선도 이루어졌다. 9.2인치 모니터에는 정전식 터치 패널이 적용됐다. 1,280×720픽셀의 고해상도는 물론이고 CPU성능을 1.3GH로 높였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주간 휘도를 높이고 화면 회전기능이 추가됐으며 라디오 주파수 사용도 표시된다. 크루즈컨트롤의 설정 속도가 헤드업 디스플레이와 계기판에 녹색으로 표시되는 것도 사용편의성을 위한 장비이다. 사물 인터넷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분의 개선은 아무리 빨라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쇼파 드리븐으로서의 사용을 고려한 뒷좌석용 전동식 풋 레스트는 이 세그먼트의 유저들에게 새로운 소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2014년형에서도 이런 세부적인 변화가 적지 않았다. 선루프를 파노라마 타입으로 바꾼 것과 기존 운전자세 메모리 시스템에 헤드업 디스플레이 표시 높이 및 밝기, 실내 조명 밝기까지 설정 저장 할 수 있게 한 것, 뒷좌석 암레스트에 USB단자를 추가한 것도 2014년형에 새로 적용된 것들이다.

내용상으로는 에쿠스는 물론이고 수입 동급 차종들과 비교해서 빠질 것이 없는 구성이다. 시장에서의 반응을 확인해 매년 적지 않은 변화를 이루어가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만하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5,038cc V8 DOHC 직분사 타우 가솔린. 최고출력은 425ps/6,400rpm으로 기존 에쿠스의 416ps보다 증강됐다. 최대토크는 52.0kgm/5,000rpm. 타우 엔진은 2009년 4.6리터로 선보였다가 나중에 5.0리터로 확대된 것이다.

변속기는 8단 AT. 2011년 제네시스를 통해 선 보인 것이다. 특허를 127건이나 획득한 이 8단 AT는 대응 토크 44.0kg.m(V6)과 55.0kg.m(V8) 두 가지가 있다. 전장은 V8이 676mm로 V6용의 684mm보다 오히려 짧다. 그리고 렉서스에 쓰이는 아이신의 8단(754mm)보다 한결 짧다. 무게도 85.7kg으로 가벼운 편이다. 제네시스에서 처음 선 보였을 때보다 직결감, 변속 충격 등에서 숙성되었다.

현대차그룹에는 당시 양산차 메이커 중 세계 최초의 독자 개발 8단 AT이라고 했었다. 엄밀히 본다면 토요타의 자회사인 아이신이 8단을 내놨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보긴 약간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자동변속기, 그것도 8단으로 완전히 새로 개발한 것은 대단한 일임에 분명하다. 메르세데스 벤츠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ZF, 게트락, 아이신, 아이신AW 등의 것을 사용한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이런 전략은 비단 변속기뿐만이 아니다. 조립회사인 완성차 회사가 기술까지 자체적으로 대부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어떤 효과를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500rpm 부근 8단 변속기를 사용하는 것으로는 조금 높은 편이다. 레드존은 6,7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500rpm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60km/h에서 2단, 95km/h에서 3단, 15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대 배기량의 호쾌함이 인상적이다. 회전상승은 매끄러운 편이다. 첫 번째 벽을 돌파하는 것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발진감은 여전히 매끄럽다. 이 엔진의 특성은 폭발력보다는 부드러움이다. 3.8에서는 가속 페달을 밟고 약간 뜸을 들이는 듯했던 것이 상당히 억제되어 있었는데 5.0은 풀 스로틀시 뜸을 들이며 가속한다. 부드럽게 작동하면 그런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전체적으로는 회전력(토크)보다는 폭발력(출력)으로 끌어 올리는 타입이다.

시내 주행에서는 발진시부터 실키(Silky)한 가속으로 압도한다. 아무리 다운사이징이 대세라 해도 이런 느낌을 원하는 유저는 있다. 중후하면서도 소리없이 전진한다. 이럴 때 크루징이라는 단어를 써야 할 성 싶다.

3.8과 마찬가지로 엔진 소음과 차음, 그리고 부밍음에 대한 대책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조용하기로 정평이 있는 렉서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오늘날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과거와는 달리 이 세그먼트에서는 정숙성을 중시한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 링크로 시스템은 변함이 없지만 배기량을 감안해 강화됐다. 댐핑 스트로크는 2014년형 초기 데뷔시보다 길어졌다. 어른 들께서 그런 특성을 선호한다는 판단에서인 것 같은데 좀 더 단단한 쪽으로 이동했으면 싶다. 단단함과 딱딱함을 구분하면 답은 나올 것 같다.

이런 하체 특성이 초고속역에서 안심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의 이 세그먼트의 유저들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지향한하고 생각하지만 세상은 변했다. 배기량이 올라갈수록 안정감은 더 높아져야 한다. 처음 데뷔 당시정도의 수준으로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초고속역에서 공기 흐름 제어가 2% 부족하다고 지적했던 이런 거동에 대한 자세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차체를 위에서 눌러 다운포스를 발생시켜야 하는데 댐퍼가 그것을 완전하게 소화해 내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물론 그 정도의 속도역을 사용할 빈도가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지적을 위한 지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NVH 성능은 여전히 평가할만한 수준이다. 최근 신형 제네시스가 이 부문에서 괄목할 발전을 보이면서 앞서갔지만 높은 점수를 줄만한 수준인 것은 분명하다.

록 투 록 2.8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에 가깝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즉답식쪽. 서스펜션과 마찬가지로 에쿠스와 제네시스의 중간 수준이다. 표현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일반 운전자들에게는 부족함이 없는 반응을 보여준다. 데뷔 당시 시승기에서 한국차로서는 처음으로 승차감이 세련됐다는 말을 해도 될 것 같다고 했었다. 모두에서 말한 상대적 비교라는 관점에서 기존 모델 대비 그렇다는 얘기이다.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로서의 특성은 살아 있다.

ESC 제어라든가 급제동시 ABS의 작동 등에서 한 단계 진보한 거동을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었는데 그 역시 유효하다. 헤어핀 공략시 가속페달과 ESC간의 부조화로 인해 턴을 완료하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잠깐 동안 반응이 없었던 현상도 개선되었다.

안전장비에서도 개량이 이루어졌다. 이론적으로 80km/h이하의 속도에서 완전 제동이 가능한 긴급제동 시스템과 고속도로 과속 위험지역 자동감속 기능, 전복 감지 사이드&커튼 에어백 등이 적용됐다. 물론 9개의 에어백을 비롯해 AVSM(차량통합제어시스템) 등 거의 대부분의 안전장비를 만재하고 있다. 횡방향 장애물 감지기능은 2014년형에서 추가됐다.

기아 K9은 출시만 하고 시장의 반응을 기다렸던 기존의 자세와는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처럼 페이스리프트와 관계 없이 시장의 반응에 따라 사양을 변경하고 개량하고 있다.

첫 인상(First Impressiosn)을 쓰는 입장에서 데뷔 당시, 2013년형, 2014년형, 그리고 2015년형에 이르기까지 매번 그 변화는 그 폭의 대소에 관계없이 제품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읽을 수 있어 고무적이다. 결국은 까다로운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속하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주요제원 기아 K9 5.0 GDI

크기
전장×전폭×전고 : 5,095×1,900×1,490mm
휠 베이스 3,045mm
트레드 앞/뒤 : 1,620/1,627mm
공차중량 : ----kg
트렁크 용량 :
연료 탱크 용량 : 65리터

엔진
형식 : 5,038cc V8 DOHC 직분사 타우 가솔린.
최고출력 : 425ps/6,400rpm
최대토크는 : 52.0kgm/5,000rpm
보어×스트로크 : 96×87mm
압축비 : --:1

트랜스미션
형식 : 자동 8단
기어비 : 3.964/2.468/1.610/1.176/1.000/0.832/0.652/0.565
최종감속비 : 4.181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듀얼 맥퍼슨/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타이어 앞/뒤 : 245/45R19, 275/40R19
구동방식 : 뒷바퀴 굴림

성능
0-100km/h 가속성능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회전반경 :
연비 : 7.6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g/km

시판가격
8,620만원

(작성일자 : 2014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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