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믿음직한 중형차, 혼다 어코드

[시승기] 믿음직한 중형차, 혼다 어코드

완성차 메이커라면 어느 업체든 ‘간판 모델’이 있다. 브랜드의 철학을 읽을 수 있을뿐더러, 판매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라면 그런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다.

혼다에서는 ‘어코드’가 바로 그런 존재다. 1976년 처음 탄생해 40여 년 동안 2000만 대 넘게 팔리며 인기를 끌었으며, 혼다코리아가 지난 2004년 한국에 진출하면서 처음 선보인 차도 바로 어코드였다. 당시 7세대 모델로 한국에 공식 수입된 어코드는 2018년에 10세대로 진화해 등장했다.

어코드는 1.5ℓ 가솔린 터보, 2.0ℓ 가솔린 터보, 2.0ℓ 하이브리드 등 세 가지 모델로 나와 선택의 폭도 넓었다. 2018년 처음 열린 시승회에서 나는 세 모델을 골고루 타본 뒤 혼다 연구원에게 “어떤 모델이 주연이냐?”라고 물었는데,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주연’ 또는 ‘조연’을 가리자면 나는 ‘트리플 캐스트’라고 부르고 싶다. 1.5는 합리적인 가격, 2.0은 달리기 성능, 하이브리드는 연비로 특화되어 있다.”

◆데뷔 4년째, 현재의 주인공은?

[시승기] 믿음직한 중형차, 혼다 어코드

2022년 현재, 어코드는 1.5ℓ 터보와 2.0ℓ 하이브리드 등 두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판매 현황을 보면, 1.5 모델은 243대, 2.0 하이브리드는 922대를 기록하고 있다. 2.0 하이브리드의 가격이 1.5 모델보다 860만원 더 비쌈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이는 것이다. 10세대 어코드를 처음 시승했을 때 하이브리드 모델의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느꼈던 나는 판매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코드는 2018년 데뷔 때와 2021년 시승회 때 타봤는데, 최근에 다시 타보게 됐다. 쏟아지는 전기차의 홍수 속에 친환경차의 또 다른 대안인 하이브리드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역시 근육질의 몸매가 눈에 들어왔다. 외관에서는 앞모습이 가장 마음에 든다. 공격적인 프런트 엔드와 탄탄한 차체가 균형을 잘 이루고 있다. ‘저 중심 설계’가 강조된 신형은 구형보다 차체를 15㎜ 낮추는 한편, 전폭은 10㎜, 휠베이스는 55㎜ 늘렸다

뒷모습은 테일램프가 어정쩡한 느낌이어서 살짝 불만이지만, 만족하는 이들도 많이 있는 편이다. 사실 디자인은 이렇다 할 정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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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실내공간은 어코드 구매자들도 매우 만족하는 점이다. 특히 앞바퀴굴림(FF) 특유의 여유 있는 뒷좌석은 웬만한 대형 뒷바퀴굴림(FR) 승용차 수준이다.

파워트레인은 10세대 첫 출시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최고출력 145마력의 2.0 가솔린 엔진에 184마력 전기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총 출력 215마력을 낸다.

이번 시승은 장거리로 경험해봤는데, 가장 인상적인 건 탄탄한 주행감각이었다. 스포트(SPORT) 모드에서는 가속이 훨씬 빨라지고 댐퍼와 스티어링 반응도 스포티해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임에도 운전의 즐거움이 쏠쏠하다. 9~9.5세대에서 트렁크에 있던 배터리를 10세대 모델에서는 뒷좌석 아래로 옮겼는데, 그 덕에 주행안전성이 구형보다 훨씬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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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인증 연비는 도심 18.0㎞/ℓ, 고속도로 17.0㎞/ℓ, 복합 17.5㎞/ℓ다. 17인치 휠을 달아 연비가 더 좋은 기본형(복합 18.9㎞/ℓ)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훌륭한 수준의 연비다. 실제 주행에서도 웬만큼 막히는 도심에서 15.0㎞/ℓ를 훌쩍 넘기고, 정속 주행을 지속하면 20.0㎞/ℓ의 연비도 어렵지 않게 나온다. 19인치 휠을 달고 이 정도 연비가 나온다는 게 놀랍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수입차 시장에서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쌍벽을 이룬다. 올해 누적 판매에서는 캠리 하이브리드가 1205대를 기록하며 다소 앞서 있다. 캠리 역시 어코드와 마찬가지로 자사 브랜드 승용 라인업 중에는 가장 인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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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어코드의 출시 당시 가격은 2.0 가솔린 터보가 4290만원, 1.5 가솔린 터보가 3640만원, 하이브리드 4240만원, 하이브리드 투어링 4540만원이었다. 현재는 2.0 가솔린 터보가 없어지고 1.5 가솔린 터보와 2.0 하이브리드만 남았는데, 수요가 양극단으로 몰리면서 중간에 낀 2.0 가솔린 터보의 존재감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현재의 가격은 1.5 가솔린 터보가 3790만원, 2.0 하이브리드가 4650만원으로 출시 당시보다 각각 150만원, 110만원 올랐다.

가격은 인상됐지만, 3000만~4000만원대에서 꽤 괜찮은 수입차를 살 수 있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현재 가격은 3081만~3849만원이고, 풀 옵션 가격은 4149만원이어서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내구성 좋고 가성비 좋은 수입 중형차를 찾는다면 어코드에 관심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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