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입차 시장 왕좌를 놓고 다투는 숙명의 라이벌이다. 지난해에는 7년 만에 BMW가 선두로 올라설 기회를 잡았으나, 막판에 벤츠가 역전하면서 수성을 마쳤다.

비록 1위를 차지하지 못했지만, BMW의 선전은 돋보였다. 이러한 성과의 비결 중 하나는 탄탄한 SUV 라인업이다. X1부터 X7까지, 싱글족부터 대가족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모델들이 다른 브랜드로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렇게 잘나가는 BMW가 이번엔 또 다른 선택지를 내놨다. M 브랜드 최초의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 SUV인 ‘XM’이 그 주인공이다.

◆M 창립 50주년 기념해 양산

[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BMW M1 이후의 첫 번째 M 전용 모델인 XM은 2021년 12월에 그 모습이 처음 공개됐다. 그리고 BMW M 창립 50주년이 된 2022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국내에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앞두고 국내 미디어 대상으로 발표회와 함께 시승 기회가 주어졌다. 이날 발표회에는 가수 지드래곤이 등장해 기자들을 놀라게 했다. 지드래곤은 광고나 홍보대사를 자주 하지 않기로 유명하지만, 일단 함께하기로 한 브랜드에는 상당히 세심하게 신경을 쓴다는 말을 업계 관계자에게 들었다. 이날 발표회에서도 토크쇼를 시작으로 포토타임이 끝날 때까지 성실하게 임했다.

든든한 홍보대사 ‘지드래곤’이 물러난 이후 XM을 천천히 살펴봤다. 마침 2조여서 1조가 시승하는 동안 차를 둘러볼 시간이 더 있다.

[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앞모습에선 대형 키드니 그릴이 눈길을 끈다. 점점 더 커지는 키드니 그릴에 불만을 가진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 차를 보면 사진보다는 훨씬 멋지다. 이 차는 특히 밤에 더 돋보이는데, 그 이유는 그릴을 은은하게 둘러싸며 빛나는 ‘아이코닉 글로우’ 조명 덕분이다. 1990년대 BMW의 모델들을 돋보이게 했던 ‘엔젤 아이’ 헤드램프의 부활 같다고나 할까.

높은 벨트라인과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루프, 작은 옆 창 면적은 쿠페 느낌을 물씬하게 풍긴다. 외장 컬러는 총 여섯 가지(블랙, 화이트, 그린, 그레이, 블루, 레드)가 제공된다. 개인적으로는 블랙과 레드가 가장 마음에 드는데, 나머지 색상도 각기 다른 매력이 있어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실내는 경이로움의 연속이다. 빈티지 느낌의 가죽 내장이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도어 트림을 감싸고, 삼차원 프리즘 구조의 헤드라이너 양옆의 조명이 은은하게 비춰주며 오묘한 분위기를 만든다. 이런 디자인은 다른 어떤 차에서도 본 적이 없다.

◆강력함과 부드러움의 조화

[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드디어 이 차를 시승할 차례가 왔다. 업체 관계자는 “힘이 넘치니까 주의해달라”라고 당부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런 얘기를 할까.

파워트레인은 이 차를 위해 새롭게 개발된 V8 4.4ℓ 트윈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조합해 구성했다. 엔진은 5400~7200rpm 구간에서 최고출력 489마력을 내고, 최대토크는 1600~5000rpm 사이에서 66.3㎏·m를 찍는다. 여기에 197마력 전기모터가 더해져 총 출력 653마력, 최대토크 81.6㎏·m가 완성된다.

시동음은 경쾌하고, 공회전 때부터 M 모델 특유의 박동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엔진과 변속기로 전해진 이 엄청난 박동의 결과물은 위, 아래로 배치된 쿼드 테일파이프로 뿜어져 나온다. 순수 전기차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팝콘 사운드’다.

[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차의 공차중량이 2750㎏이나 되는데도, 1600rpm의 낮은 회전수부터 나오는 토크 덕에 차체가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 차는 이제 갓 나온 시승차여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제한되어 있는데도 이 정도이니, 길들이기가 끝난 상태라면 무시무시한 파워가 나오지 않을까.

퍼스트 에디션인 시승차의 타이어는 앞 275/35 R23, 뒤 315/30 R23 사이즈다. 일반 XM에는 22인치 휠(앞 275/40, 뒤 315/35)이 장착된다. 휠 사이즈와 타이어 편평비를 보면 승차감이 엄청 딱딱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안락함과 탄탄함 사이를 절묘하게 오간다. 다만 큰 요철을 만났을 때 뒷좌석 승차감은 조금 튀는 느낌이 있다. 말랑거리는 승차감을 좋아한다면 22인치 휠이 달린 일반형이 더 낫겠다.

이 차의 합산 인증 연비는 도심 9.6, 고속도로 10.4㎞/ℓ이고, 합산 복합 연비는 10.0㎞/ℓ다. 참고로 덩치가 비슷한(공차중량 2670㎏) X7 M60i 6인승 모델은 도심 6.2, 고속도로 7.9, 복합 6.9㎞/ℓ다.

[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특히 XM은 순수 전기 모드로만 62㎞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는 게 매력 포인트다. 일산 같은 위성도시에서 서울 도심을 오갈 수 있는 수준이고, 주거지에 충전기가 있다면 전기차가 전혀 부럽지 않다.

순수 전기차는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장거리를 이동할 때마다 충전기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PHEV는 그런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XM의 가격은 2억2190만원으로, 성능과 연비를 감안하면 충분히 매력적이다. 이 정도 파워를 지닌 럭셔리 SUV들의 가격이 보통 3억원 이상임을 생각하면 더욱 끌리는 가격이다.

[시승기] 경이로운 탄생, BMW ‘XM’

BMW는 “전동화 시대가 와도 M 특유의 강렬한 감성은 더욱 높은 수준의 완성도로 선보일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급작스러운 전동화가 탐탁지 않은 기자 같은 사람에게 이 말은 큰 울림으로 다가오면서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연기관과 전기차 사이에서 선택 장애에 빠진 이가 있는가? 그렇다면 PHEV를 추천한다. 여기에 고성능 SUV까지 원한다면 바로 BMW XM이 ‘정답’이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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